10월 안동답사를 다녀와서
오늘 아침 가을 하늘이 눈부시다
시월에 떠나는 선비의 고장 안동!
가을 햇살에 물든 안동은 어떤모습일까 벌써부터 설레인다
첫번째 답사지는 안동이 고향이신 소산 선생님 마을 소산리이다
소산 선생님의 백 (?)덕분에 종가집
에서 직접 나오신 총무님의 안내를
받으며 평상시에 굳게 닫혀있던 구석 구석 둘러보는 호사를 누렸다
팔순 노모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었다는 삼구정과 관가정을 보는듯한 정갈한 종택!
청나라 인질로 끌려 갔다온 김상헌이 낙향하여 은거 했다는 청원루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청에 대한 분노가
담겼다. 짓밟힌 자존심을 세우려는듯 건물이 높고 위압감이 느껴졌다
서애 유성룡이 징비록을 집필했던 옥연정사를 돌아 부용대에 오르려는데 진입금지 푯말이 가로막고 있다 이 길이 지름길이긴한데 길이 험난하여 못가게 하나보다. 시간이 촉박해서인지 회장님이 그 길로 들어서신다 회장님을 따라 졸졸따라 아슬아슬 걸어가고 있는데 더는 위험해서 안되겠는지 되돌아가자신다.
"선생도 이리 말을 안듣는데 학생들이 말을 듣겠나"
청암 선생님의 익살스런 농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울 교장선생님께는 쉿ㅋ~
부용대에 올라서니 하회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큰 강 줄기가 마을을 감싸 안고 흘러간다
부용대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선생님들이 병풍을 만들었다.비로소 한폭의 하회마을이 완성된것 같다.
인심 좋은 주인장의 시골밥상으로 점심을 마치고 향한 곳은 병산사원!
병산서원의 강학공간인 입교당에 올라 앉아 바라보니 죄우로는 동재 서재가 눈앞에는 만대루가 떡하니
가로 막고 있어 확펼쳐진 자연 풍광이 보이지 않는다. 하기사 공부 하는데 있어서 좋은경치는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다가 만대루에 올라 머리를 식히라는 배려였을까..
병산서원이 명성에 비해 편액이 적다는 약천의 질문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옥산서원에서 보았던 빽빽한 편액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퇴계 이황을 여강서원에 모시면서 좌우로 누구를 배향 하는가를 두고
시비가 있었단다. 결국 좌측(동) 서애 유성룡을 우측(서)에 학봉 김성일을 배향 하였고 나중에 여강서원은
호계서원으로 이 호계서원에서 이황은 도산서원으로 서애는병산서원으로 학봉은 임천서원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이런 과정에서 서애와 학봉 제자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존재하다보니 선비들도 눈치를 보지 않았겠는가!
서애와 학봉은 당대에 서로 믿고 격려하고 감싸주던 학문적 정치적 동지였는데 후대에 와서 그러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당파 싸움에 내가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는 우리 정치판도 생각나 씁쓸하다
아침에 출발할때 회장님께서 오늘 황영웅 교수의 풍수지리팀의 관산이 있는데 코스가 겹친다고 하셨다
그래도 설마 마주치기야 할까 그랬다. 그런데 세~상에 권씨 시조묘 앞에서 딱 마주쳤다. 작은 체구에 정기가 어린듯 만남은 강렬했다. 생애 다시 듣기 힘든 말씀을 듣는 영광도 얻었다. 치마폭 이야기 외에는 거의 못 알아
들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풍수지리 대가를 만나다니 이만하면 운수좋은 하루다^^
덕분에 시간이 조금더 지체되었다. 서둘러 봉정사로 go! go!
헌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극락전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한국건축물은 용어들이 낯설어 들을때마다 새롭다. 맞배지붕 주심포 양식이란걸 알아듣는것만으로도 스스로 기특다 여긴다^^
대웅전은 극란전보다도 천장이나 뒷 매무새가 훨신더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장님께서 극락전보다 대웅전에 점수를 더 주시는 이유를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눈으로는 알것 같다.
봉정사 뒷자락에 고즈넉하니 자리 잡은 영산암은 사찰이라기보다 전통찻집 같다. 들어서는 문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가을이 온전히 내려앉은 마당에서 잠시의 여유를 부려본다. 어디서 국화차 향이 나는듯하다
항상 그렇듯 볼것은 많은데 하루해가 아쉽다. 태장재사에 들리고나니 학봉 종택은 도저히 무리겠다
소저선생님이 올려 놓은 학봉종택 종부께서 내어주셨다는 다식사진을 보고 어떤곳일까 궁금했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회장님께서 들려주신 학봉종택 종부 이야기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루 시간내서 학봉종택을 둘러보러 와야겠다
밖이 제법 어둑하다. 몸은 피곤하지만 가을냄새에 흠뻑 빠질수 있었던 하루였다.
눈에 담고 맘에 담고 오늘 하루 조금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