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길라잡이 답사

합천답사 후기

이름모를 들꽃 2018. 2. 14. 22:31

 

 

 

 

2월 합천을 다녀와서~

 

5시 3분! 세상이 뒤흔들렸다. 새벽을 흔들어 깨운 공포!!

도로는 놀라 밀려 나오는 차들로 금새 북새통이 되었다.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서둘러

답사갈 채비를 했다

정신없이 준비해서 출발지인 공대체육관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여러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4.6지진은 아파트며 도로며 건물들을 마구 흔들어 놓았지만 답사를 향한 울 선생님들의 마음은 흔들지

못했나보다.

역시 대단한 울 선생님들^^

 

2월 답사지는 합천일대이다.두어시간 지났을까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도착한곳은 오늘의

첫번째 답사지인 백암사지이다  이곳에서 마주한것은 불상이 아니라 안타까움이다.

얼굴은 심하게 마모가 되었고 온몸은 곰팡이로 뒤덮혔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전체적인 비율이

좋았다. 마모가 심하지만 대좌에는 연꽃잎이 희미하지만 남아 있었고 팔각 중대석에는 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당시에는 공을 들인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경주국립박물관 미술관에 사암으로

만들어져 세월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마모되고 움푹 패여 일그러진 불상이 있는데 발견된 장소가

나병 환자가 모여 살던곳이라 했다. 어쩌면 그 곳 나병환자에게는 석굴암 본존불 보다

더 정겹고 기대고 싶은 부처님이 아니었을까.. 나는 편견으로 차마 합장하지 못했지만 이 볼품없는

불상이 어쩌면 가장 낮은곳에서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달래 주었던 진불인지도 모르겠다

 

아슬아슬 왔던 길을 되돌아 도착한곳은 이번 답사지중 내가 제일 보고싶은 곳이기도 한 영암사지이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줄 알았다. 황매산과 어우러져 만들어낸 한폭의 멋진 그림을 담아보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봤지만 담아내지 못했다 아름다운건 마음에 담는건가 보다 양촌선생님 말씀처럼 석탑 석등 귀부 금당터 승탑까지 석조물의 종합선물세트가 한곳에 모인 곳이다.

특히 쌍사자 석등은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 대부분 팔각평면의 전형적인 석등과는 달리 쌍사자가 석등을 받치고 있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것이 얼마나 사실감이 넘치던지 기특해서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ㅋ

자세를 낮추고 보면 두마리 사자 사이로 삼층석탑이 들어왔다.

필시 이것까지 생각하고 만들었으리라~ 기 막히지 않은가!

뒤편으로 조금 돌아가니 귀부 두개가 동서에 자리 잡고 있다. 거북이 몸에 머리는 용모습을 하고 등에는 연꽃잎이 새겨져있다.특히 동쪽 귀부는 훨씬더 정교하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기천선생님이 어느쪽이 더 마음에

드냐길래 동쪽 귀부를 가리켰더니 나 가지란다 이런 멋진 남자를 보았나ㅋ~

 

점심으로 비빔밥을 쓱싹 비벼 한그릇 뚝딱 비우고 오후 일정을 향해 go!go!

박물관에서 다라국을 둘러보고 다음 코스 묵와고택으로 향했다

'잠잠할 묵,움집 와' 고요한 집...

운이 좋았는지 종부를 만날수 있었다 단아하고 품위도 있고 자부심과 긍지도 대단했다. 대대로 이어져온 오래된 고택을 지켜야하는 소명 뒤에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공감이 갔다. 화려했던 옛 선조들은 가고 없고 그 자리를 지키는 후손들에겐 어려운 숙제 같기만 한 고택... 시끌벅적 답사객이 떠난 자리엔 또 공허함만이

남겠구나...

 

오늘의 마지막 답사지 월광사지에는 언뜻보면 쌍둥이 같은 두 동서탑을 만나 볼수 있다.

두탑 모두 2층 기단에 3층 탑으로 조성되었다.또한 기단부에 비해 탑신부가 급격히 좁아지고 초층 탑신이

2.3층에 비해 크게 조성된 것이 전형적인 신라양식을 따랐다

하지만 동탑에는 1개가 보이는 탱주가 서탑에는 2개 나타나고 경사면도 동탑은 비교적 뚜렷한데

비해 서탑은 경사가 거의 없다 서탑의 옥개석은 마모가 심해서 알수 없지만 동탑의 옥개석은 네 귀퉁이가

살짝 치켜올라 간 것이 경쾌하다

탱주 수로 보아 2개가 나타나는 서탑이 시대가 조금 더 앞서는듯하다

대가야의 월광태자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월광사지에서 반듯한 두 탑을 보고 나니 왠지 가야의 마지막 태자 월광의 성품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반짝 추위가 있다고 해서 안입던 내복까지 껴입고 중무장을 해서인지 추위도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해인사 외에 낯설었던 합천을 조금 더 알게 해준 하루였다 

바람은 매서웠지만 햇살은 제법 따사로운 것이 봄이 오고 있나 보다

꽃피는 춘삼월에 선산답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