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낙엽들이 바람을 피해 몰려다닌다. 제딴에도 추운지 흩어지지않고 꼭 붙어 다닌다
문득 지난일이 떠 오른다
큰아이가 5학년 둘째가 3학년이었던 추운 겨울이었다
포항에 서울에서 유명한 영어학원이 내려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드뎌 포항에 문을 열었다. 테스트 한번 받아보겠다는 엄마들이 애들 손을 잡고
정신없이 몰려들었다. 괜한 짓이다 싶으면서도 관심이 가는게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엄마표 영어공부를 시키던 터라 과연 우리 아이들의 실력이 얼만큼인지 이대로 해도 될런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두녀석 손을 잡고 학원엘 갔다. 어렵사리 예약을 하고 줄을 서서
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과가 나왔다. 걱정 할만큼은 아니었다
상담선생님들의 집요한 설득을 뒤로하고 나름 확신을 얻고 돌아서려는데 두녀석이 안보였다
인솔하신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행방을 몰랐다. 밖으로 뛰쳐나와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지만
보이질 않았다. 유독 추운날이었다. 바람소리만 들어도 손발이 어는듯했다. 이곳은 우리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다. 설마 이 먼곳에서 집까지 걸어갔단 말인가... 학생과 부모를 격리 시켰기때문에 테스트를
끝낸 녀석들이 내가 보이지 않았다면 나를 찾아 집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인도를 살폈다. 우리마을 입구를 막 돌때였다. 저 멀리서
두 꼬맹이가 걸어가는게 보인다.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까이 가서 창을
내리려하는데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큰녀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딴엔 형이라고 점퍼를 벗어
동생에게 입히고 티셔츠 하나 걸친채 동생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귀며 볼이며 코며 추위에
빨갛게 얼었다. 철없는 동생은 뭐가 재미난지 입김 솔솔 풍기며 재잘재잘 한창 시끄럽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았다. 진한 형제애가 느껴졌다. 내가 세상에 저렇게 둘을 낳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집에 데려와 따뜻한 호빵에 따뜻한 우유한잔을 먹였다.녀석의 코에 콧물이 흐른다.
꽁꽁 언 두 녀석을 꼬옥 껴안았다.
세상을 다 가진듯했다. 이대로 쭈욱 자라 서로 힘들때 의지하고 기대며 힘이 되어주기를...
갑자기 내동생이 보고 싶어진다. 오빠도 보고 싶고 언니도 보고싶다.
우리 형님이랑 아주버니 생각도 났다. 가족.... 참 따뜻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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