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으로

친정부모님

이름모를 들꽃 2011. 4. 6. 20:54

지난토요일은 이종사촌 인호의 결혼식이 있었다.  엄마 아버지를 모시고 울산으로 갔다

가는내내 구수한 사투리에 정감나는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엄마와 아버지는 전혀다르시다. 그러면서도 쿵짝이 너무 잘 맞는다

엄마는 9남매 맏이다. 아버지는 아들만 5형제중 막내이시다. 할머니는 아버지께서 9살

되던해에 돌아가셨다.  형수들 손에 자랐다. 마음 의지할곳 없던 아버지에게 그나마 힘이

되어준건 큰아버지셨다. 큰아버지는 머리가 좋으신 편이다. 어수선한 그 시절에 꽤 많은

돈을 버셨다. 교육의 중요성을 아셨던 큰아버지는 국민학교2학년까지 다니다 6.25전쟁통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버지를 몇해뒤 바로 중학교에 입학시키셨다. 아버지께서 고등학교에

갈무렵 큰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까까머리 중학생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이제 아무도 없다

 

엄마이야기...

외갓집은 마을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경주최부자의 한갈래니 밑천이 있는 집안이었겠지

내 기억에도 외가는 어리어리한 기왓집에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집옆에 텃밭에는 딸기며 포도며

먹을거리가 항상 가득했다. 하지만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강한  증조할머니에게 딸은 자식이 아니었다.

엄마 외삼촌 이모셋. 이렇게 5남매를 낳으신 외할머니 역시 대접 못받긴 마찬가지였다.

한번도 방에서 밥을 드신걸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일꾼들 밥차려주고 나면 부엌 한 귀퉁이에서 찬밥으로

허기를 채웠단다.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에 무심한 남편에 어디하나 마음 둘곳 없었던 외할머니는

멍하니 먼산을 보며 한숨 짓곤 하셨단다.  그리고 끝내 엄마16살에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엄마는

외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오랫동안 괴로워하셨다

그때부터 엄마는 그 큰 살림을 모두 도맡아야했고 어린동생에게는 엄마가 되어주어야했다. 그때 막내이모

겨우 두살이었다.  외삼촌은 그 시절에도 경북대까지 나왔지만 엄마를 비롯한 이모들은 국민학교 문턱도

넘기 버거웠다.  그러니 외갓집은 부자였으되 딸들은 그냥 일꾼일 뿐이었다.

돈이 좋긴 좋은가보다. 외할아버지는 우리 엄마보다 3살 많은 어린 새 외할머니를 맞았다.

그리고 2남2녀의 자식을 얻었다. 그래서 엄마의 형제는 9형제가 되었다. 막내이모는 나보다 한살이 많다.  우리큰언니보다는 8살이 아래인 셈이다 ^^ 

 

엄마는 맏이 아버지는 막내 그리고 두분은 동갑이다.  올해 칠순이 되신다.

엄마는 종가집 큰 살림을 맡아하다보니 큰일을 뚝딱 잘 치르신다. 배포도 있으시고 용감하시기도 하다

아버지는 보살펴주는이 없는 집에 막내다보니 독립심이 강하고엄청 야무지셨다. 철저하시고 정확하시다.

두분 모두 성실 하셨다.  아무것도 없는 살림에서 6남매를 키우신 원동력이 바로 그 성실함이었겠지.

논에 물보러가신 아버지가 안오시자 엄마가 걱정이 되어 지름길인 공동묘지를 지나 논으로 찾아갔단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두운 밤 도저히 공동묘지를 지날 엄두가 안나 둘러 먼길로

돌아오셨단다.  대충 두분의 성격이 나오는 일화다^^

 

다시 외갓집!

외할머니는 철없던 나이에 갑자기 큰살림 안주인이 되었다.

 외할아버지는 어린아내가 그저 사랑스러웠으리라.

외할머니는 낭비벽이 있으셨고 결국 남의 돈까지 빌리게 되었다. 외할아버지께 숨긴 탓에  원금이

이자보다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빌린돈 갚느라 이 논 저논 남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잘나가던 공무원 접고 외삼촌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몇번 사업이 실패한뒤 순식간에 집안이 무너졌다

그때 새 외할머니에게서 얻은 외삼촌이랑 이모가 한창 공부를 할때라 이모랑 외삼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었던 엄마를 비롯한 이모들이 배다른 동생들을 거두었다.

그래 저래...  모두들 시집장가 잘가 잘 살고 있다.

외가 9형제들은 우애가 남다르다.  힘든시절을 함께 나누어서이겠지.  엄마는 그런 동생에게 엄마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보다 한살 많은 이모가 언니야 하며 안기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외할아버지 올해 연세가 93세이시다. 아직도 논으로 밭으로 집엘 안 계신다. 그런 외할아버지를 보며

엄마가 말 안들어 속상하다며 푸념을 하신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신랑이 한마디 한다.

"할아버지가 말을 안들어 속상하시죠? "

"그래 이제 그만 집에서 편히 있지.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자식 더 애 먹이는 거구만"

"참~나 엄마! 농사  크게 하지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자꾸 말도 안듣고 이제 엄마 아버지도 자식 말 좀 들어라!"

" 맞네 잘못했네. 허허허"

"호호호"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두분이 함께 계셔서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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