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으로

감자 익어가는 마을

이름모를 들꽃 2011. 7. 8. 21:57

어릴적 이 맘때면 살구나무 자두나무 아래에 동네 꼬마들이 모두 모였다.

바람이라도 세게 분 날이면 떨어진 자두 살구를 찾아 하루종일 엉덩이를 치켜세웠다

집에 살구나무나 자두나무가 있는 집 애들의 어깨에 잔뜩 힘이들어가는 때이기도 했다.

가방가득 자두를 넣어와서 친구들앞에 풀어 놓으면 하루내내 상큼한 살구향이 교실에 가득했다

 살구씨는 잘 말려두었다가 망치로 껍질을 벗겨내면 약재로 쓰인다. 한깡통 만들어 기계약방에

가져가면 꽤 괜찮은 용돈벌이가 되었다. 치마 앞자락을 움켜 잡아 보자기를 만들어 그 안에

소복히  살구씨를 주워 모으던 생각이 난다

 

곧 먹거리가 쏟아진다.그래서 참 행복한 여름. 수박 참외 풋사과 토마토 복숭아 포도등등...

그 중에 으뜸은  엄마가 날마다 삶아주신 감자 옥수수다.  엄마는 뙤약볕 아래 웅크리고 앉아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가며 한솥가득  감자를 찌셨다. 금새 엄마의 늘어진 런닝은  땀에 흠뻑 젖었다.

 그렇게 삶아진 감자는 포슬포슬 눈을 머금은듯 맛있었다. 하루종일 손에 쥐고

다녔던 옥수수는 먹어도 먹어도 맛있었다.  한솥 삶아 내어도 여섯남매가 달려들면 순식간에

한솥이 텅 비어졌다. 말없이 바라보던 엄마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잔잔한 미소... 

그렇게 먹고도 저녁에 소죽끓이는 아궁이에 감자를 던져 넣었다.  저녁상을 물릴때쯤 부짓갱이로

잘익은 감자를 찾아내서 소죽 퍼는 바가지에 담아내온다. 구운 감자는 방바닥에 놓고 손바닥으로 탁하고 내려 쳐 까먹는다. 뜨거운 손을 호호 불며 얼굴에 검정 숯을 묻혀가며 먹어야 제맛이다.

여름밤이면 평상이 마당 가운데로 나온다.  아버지께서는 개집 옆에  모기를 쫓는 쑥을 태웠다. 쑥향기가

연기와 함께 몽글몽글 밤하늘로 올라간다.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 수만개의 별들이 내게로 달려와 안긴다

별똥별이 휙 떨어진다. "저기 떨어지는 저별 내일 아침 내 밥그릇에 오너라" 아버지께서 일러주셨다

그렇게 외치고 다음날 아침에 "어제 떨어진 그 별똥 내 밥그릇에 왔구나"라고 하며 첫술을 뜨면

그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그때부터 별똥 별을 찾아 여름밤을 지새웠다. 그 밤이 싸묻히게 그리운 밤...

그날의 감자...가슴 저리게 보고싶은 엄마... 

 

 

문득 내 아이들이 기억하는 유년시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된후에 기억하게 될

엄마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과 더 많은 추억을 함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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